(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
주인공 덴지의 매력
덴지는 백치미 캐릭터이다. 이 만화의 엉뚱한 매력은 덴지의 멍청함에서 기인한다. 그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 의무교육을 받지 못했고, 야쿠자들에게 학대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기본적인 욕구가 결여된 상태이기 때문에 단순한 인물로 묘사된다.
덴지는 캐릭터 유형을 따지자면 트릭스터 캐릭터이다. 트릭스터 캐릭터는 욕망에 충실하고 자기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쫓는다.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캐릭터로 보통의 스토리에서는 주인공의 조력자이거나 수수께끼를 제시하여 주인공을 성장하게 만드는 조언자이다.
하지만, 이런 트릭스터가 주인공이 될 경우 보통 극은 코미디 장르가 된다. 영화 <마스크>,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 드라마 <로키> 같은 작품이 그 예시이다.
덴지는 이런 트릭스터의 유형을 잘 따르는 캐릭터이다. 성욕과 식욕에 충실하고 사고가 단순하고 고능하지 않아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벌인다. 덕분에 이야기는 클리셰에서 벗어나 참신한 방향으로 튀어간다. 덴지의 해결책은 멍청하고 무모해 보이지만, 동시에 참신하다. 그리고 끔찍하고 암울한 세계관에서 덴지는 존재 자체로 긴장을 풀어주는 웃긴 캐릭터이다.
체인소 맨은 이런 덴지의 성장 서사를 그린다. 체인소 악마와의 계약으로 심장이 악마로 이루어진 덴지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가 상실을 겪고 슬퍼한다. 성욕과 무관한 사랑과 우정을 느끼고 최종적으로 제한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까지 얻게 된다.
마키마를 중심으로 한 플롯
체인소 맨의 이야기 구조는 '위험의 증가'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덴지를 노리는 세력이 점차 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스케일도 커진다.
개인적 원한으로 노리는가 싶더니(사무라이 소드) 국제적 킬러들이 달려들어 덴지의 심장을 노린다. (레제, 국제 킬러 편)
또한 설정과 복선이 아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양으로 공개된다.
정확히 눈앞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공개한다.
그리고 개중에 의아한 장면을 남겨 미스터리의 긴장을 계속해서 유지한다.
각 장에서 무지한 덴지를 따라 독자는 점점 세계관을 이해하게 된다. 영원의 악마 편에서는 악마와의 계약에 대해 알게 되어서 데블헌터들이 어떻게 초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사무라이 소드 편과 레제 편에선 덴지 자신의 정체인 무기 인간에 대해 알게 된다. 추가로 레제 편에서는 지옥에서 악마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체인소 맨에 대해 어렴풋이 암시하며 흥미를 유발한다.
이런 설정 외에도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 복선적 내용 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독일의 킬러 산타클로스가 갑자기 덴지를 노리다가 힘을 얻어 마키마를 죽이려 한다거나, 마키마를 두려워하거나 혐오하는 악마 관련자들은 계속해서 마키마가 수상한 인물임을 암시한다.
<체인소 맨>은 소년 만화 장르이다. 기본적으로 적이 등장하고 그 적을 무찌르는 최종 전투로 구성된다. 반복적인 내용 전개이지만 직관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가장 화려하게 작화가 펼쳐지는 만화적 쾌감을 선사한다.
작가 특유의 거친 선화로 액션을 묘사하는데, 그 내용이 화려하면서도 끔찍하다.
머리에 체인소가 달린 히어로라는 독특한 설정을 완전히 활용하는 형태이다.
몸이 잘려 나가 내장이 튀어나오는 슬래시 장면들은 <텍사스 전기톱 학살>을 떠올리게 만든다
마키마는 1부의 최종 보스이자, 작중 덴지의 모든 이야기를 만든 인물이다.
마키마는 플로터로서 교활하고 치밀하게 체인소 맨을 지배하려는 음모를 설계했다.
상충하는 모순적 성격이 마키마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만든다. 단순 미형의 외모뿐만 아니라 인간이 갖는 기본적인 모순성이 확인하면서 독자는 마키마가 실제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낄 수 있다.
마키마는 지배의 악마이지만 체인소 맨을 추앙한다. 그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과 지배당하고자 하는 욕망이 공존한다. '지배적 / 추종함', '여유로움 / 집착함', '치밀함 / 오만함' 등의 차원성이 장면 곳곳에서 임팩트 있게 묘사된다. 화룡정점으로 마키마가 죽은 이후에, 마지막 포치타의 입을 통해 지배와 공포로 밖에 관계를 맺지 못하는 마키마가(지배적) 동등한 관계를 원했다는 이야기(외로움)를 들을 때는 모종의 감동과 연민까지 느껴진다.
마키마의 최종 목표 또한 평면적이지 않았다. 전쟁, 기근을 없애겠다는 고귀한 목표를 가지고 그것들을 먹어 존재를 없앨 수 있는 체인소 맨을 지배하려 했다. 그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함으로 희생자가 몇이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결말의 완전성과 상징성
<체인소 맨>의 결말은 아이러니하다. 이는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하며, 감정의 여운을 남긴다.
덴지는 1부 스토리를 통해 변화한다. 외적으로는 집이 생기고,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된다.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남지만, 주변 인물의 죽음으로 상실감을 느낀다.
내적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했던 포치타 이외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키와 파워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고, 적이었던 마키마와는 아예 한 몸이 된다. 마키마와 포치타의 과거 소망을 들음으로써 그들이 원했던 것은 단순히 사랑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존재까지 얻게 된다. (나유타)
불사의 적이었던 마키마를 쓰러트린 방법을 보면 여전히 덴지의 성격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덴지는 마키마를 먹음으로써 무찌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되는 괴상한 행위이다. 그리고 죽이는 행위이면서 되살리는 행위이다. 실제로 죽어버린 지배의 악마는 나유타로 환생하며 덴지에게 되돌아온다.
이런 결말은 끔찍하고 역겨우면서도 신화적으로 느껴진다. (누구 말마따나 옛날이야기가 좀 세다.)그리고 작중 내내 트릭스터 기질을 유지하고 있던 덴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까지 느껴진다. 진지하고 문명화된 캐릭터가 갑자기 이렇게 행동했다면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덴지니깐 가능한 결말이 된다.
추천 여부, '글쎄'
좋은 점만 나열한 것 같지만 사실 다른 사람에게 쉽게 추천할 수 없는 작품이다.
나도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 다시 읽었는데,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선정적이고 지독한 내용이어서 놀랐다. 감정적인 충격은 차치하고서도 시각적으로도 자극적이다. 주인공의 성질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어도 되는 장면이 많이 떠오른다. 그래서 바깥에서 맘 편히 읽을 수 있는 만화는 아니었다. 애초에 신체가 절단되고 내장이 튀어나오는 장르는 마이너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데, 거기에 선정성까지 더해져서 고민 없이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도 나왔고, 레제 편이 영화로도 개봉된다는데. 만약 그것들을 흥미롭게 봤다면 한 번쯤 만화로 보는 것은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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